

이들 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물은 다음과 같다.
1년 전, 나는 우리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아주 희귀한
부위의 뇌혈관이 파열되어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킨 환자를
경험하였다. 그래서나는신선한카데바를이용하여뇌혈관
이파열되는기전을정립하여 ‘Demonstration of traumat-
ic subarachnoid hemorrhage from the anterior choroidal
artery’(J Korean Neurosurg Soc. 2014) 논문을 개제하였
다. 특히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도해하여
설명한 것이 각광을 받았다.
또 하나의 쾌거는 Neuro-ICU의 체험이었다.
여기서는 신경외과 수술 전후 그리고 수술을 요하지 않는
신경계 중환자들을 전담해 주는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운
영하고 있었다. 마침 한국인 이기원 교수와 알렉스 교수
가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어 나는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다
른 의사와 같이 아침회진을 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체험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분들과 합작하여 ‘Clinical Significance of
Cerebral Microbleeds Locations in CADASIL with R544C NOTCH3 Mutation’ (PLoS One, 2015)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
생각할수록 흐뭇한 일이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에는 모든 신경계 의사들이 모여서 grand round를 하여 다양한 환자 케이스
와 최신지견들을 접할 수 있었다. 더욱이 맛있는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기에 적극 참석하였다.
‘나는 인복이 많아!’
평소 내가 즐겨하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병원사람들 뿐만 아니라 순천향 대학의 신경외과 박석규 교수가 우리 팀에 합류하여 나의 인복은 극치에 달하였다. 박
교수는 나홀로 아리조나에서 장기연수를 하고 있던 중에 나의 제안을 따라 휴스턴으로 연수 장소를 변경한 것이었다. 박 교수는 연
구열이남다를뿐아니라요리의대가인데다나의모든일을성의를다해도와주었다. 한마디로죽이맞아잘돌아가는팀이되었다.
휴스턴은세계최대메디컬센터의소재지이다. 기후는여름에는섭씨 40도를훨씬넘을정도로더우면서동시에매우습한날씨로
악명이 높아서 내가 그곳에서 제대로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들 하였다. 그래서 나는 연수시작을 11월부터 하기로 하였다.
휴스턴의 겨울은 한국의 봄가을 날씨와 유사하고 춥더라고 영도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어서 지내기가 수월할 것이라 판단
하였다. 제주의 지루한 겨울 날씨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나에게는 천운마저 따라주어서 휴스턴 100년 만의 이상기온으로 좋
은 날씨 속에 지낼 수 있었다. 숙소는 휴스턴 메디칼 센터 중심부에 위치한 Hermann park에 인접한 10층 원룸 아파트였다. 황홀
한 야경과 함께 골프장과 오크나무로 뒤덮인 조깅코스가 멋스러웠고 Rice 대학 컴퍼스도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었다. 참으로 좋
은 환경이었고 아직도 그 곳이 그립지만 그래도 제주의 환경이 더욱 맘에 든다.
나의 연수생활은 ‘살아남기 전략’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과 체력 유지
가 필수였다.
첫 번째 전략
은 ‘요리’였다. 휴스턴에는 맛깔스런 음식이 많았지만 삼
시세끼 음식점을 전전긍긍하며 산다면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예상되
었다. 그래서 ‘삼시세끼’를 직접 해결하기로 결심하였다. 의외로 순조로웠
다. 심혈을기울여지은돌솥밥과냄비밥들이매번 20분만에찰지게지어
졌다. 매번 TV 프로 ‘냉장고를 부탁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양한 국수, 초밥, 고기 및 생선 스테이크 등의 메뉴들이 성공적으
좌측 사진은 카데바에서 시신경에 밀착된 전맥락총동맥이 견인되는 상황을
재현한 것이고, 우측 사진은 이러한 상황들을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도해하여 설명한 것이다.
Presumed Mechanism
Simulation with a Fresh Frozen Cadaver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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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The Bes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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