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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윤석민 전임의,

한미수필문학상

대상 수상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느끼는 환희와 좌절의 순간

을 문학으로 탄생시킨 작품을 시상하는 뜻깊은 자리에

서 정신건강의학과 윤석민 전임의가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 1일 청년의사 신문이 주관하고 한미약품(주)

이 후원하는 ‘제13회 한미수필문학상시상식’에서 ‘너의

목소리’라는 글로 대상을 수상한 윤석민 전임의는 이 날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정신과 전임의

윤 석 민

나는

말이 적은 편이다. 회식자리에서건 직장에서건 난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대부분 친구들이나 주

위 사람들은 그런 나를 ‘과묵하다’ 내지는 ‘조용하다’는 말로

표현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주도적으로 하는 편도 아

니고 대화가 시작되면 주로 듣는 편이며, 대화의 흐름이 끊

기더라도 그렇게 초조해 하거나 하지 않아, 그 어색한 분위

기를 깨기 위해 말을 꺼내는 편도 아니다. 병동에 가서도 누

군가를 붙잡고 수다를 떨지도 않을뿐더러 치료진들과의 잡

담이나 농담은 가끔 하긴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 일

을 마치고 대부분 자리를 뜨곤 한다.

나는 정신과 의사다. 개인적인 성향을 뛰어넘어 직업적으로

나는 주로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어야 하다 보니 말 수가 적은 나의 특성은 그리 두드

러지지도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나의 성향이

환자를 보는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적어도 전

공의 시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성향에 큰 도전이 시작된 건 소아 정신과

전임의를 시작한 후 얼마 안 되어서였다.

내가 소아 정신과 전임의를 시작한 곳은 다름 아닌 제주도.

다들 내가 제주도로 간다고 했을 때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

만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은 놀람이었다.

평소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나의 성향 상 제주도로

의 이동은 갑작스런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내가

소아 환자를 보는 분야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내 생각에도 말 수가 적고 진지한 성격의 내가 소아 환자

를 본다는 것이 과연 적성에 맞고 나에게 어울리는 일인지

를 오랜 기간 고민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연고도

없는 제주로 간다는 것은 더욱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훗날 이 선택에 후회하더라도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나름의 고집으로 제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겨울은가고봄이오려고하는 2월말의제주는조금은쓸쓸하

고 황량한 기운마저 감돌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분 좋은 긴장감과 함께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소아 정신과 전임의로서의 시작은 예상을 뛰어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건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누군가 말했듯, 아이들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닌 또 다른 종족

임에 틀림이 없다. 이 무시무시한 종족은 쓰는 언어도 달랐

으며, 사고방식도 너무나 달랐고 교감할 수 있는 방법 자체

가 틀렸다. 어른들을 면담 할 때는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상한 정신과 의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했었지만, 아이들과는

한순간 한순간이 전쟁이었다. 이런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

고 있을 즈음, 나를 흔들어 놓을 결정타 한방이 내 앞에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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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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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