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고속도로위에서주행중인차가거의없어순간방심으로제한
속도표지판을눈여겨보지않고가속기를밟았더니수풀속에숨
어있던 경찰차가 삐요삐요 싸이렌을 울리며 바로 뒤에서 바짝 달
라붙었다. 영화에서나보던일을처음겪는순간어떻게처신해야
하나머리카락이쭈뼛쭈뼛서며온갖생각이다들었다. 운전대를
꽉잡고차안에서기다리고있으니덩치큰미국경찰이엄한어조
로감옥에갈수도있는속도로운전을하였고항변하고싶으면법
원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순간 재치가 발동했으면 변명도 하
고봐달라고했을법한데너무긴장해서말도못해보고통지서를
받았다. 벌금도 무려 280불(원화로 32만원), 세상에 벌금도 벌금
이지만이멀고먼법정까지어떻게다시오냐생각하면서집으로
돌아온후뒷수습하느라일이손에잡히지않았다.
세 번째, 가끔 점심을 메디컬 센터 밖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하였
는데 한번은 멕시칸 종업원이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손님이 없는
낮 시간에 가서 식사 후 카드로 결제를 하였다. 순간 느낌이 이상
함을감지했지만대수롭지않게생각하고그다음날혹시나해서
은행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하루 사이에 캘리포니아, 뉴욕, 시애
틀도처에서무려 1,500달러를사용한걸로나왔다. 정말이런걸
보고자기눈을의심한다고얘기하는걸까. 말로만듣던카드정보
해킹을 이 먼 나라 미국에서 겪게 되니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전
임선생님이똑같은경험을당했을당시해결하던모습을기억에
서더듬으며감쪽같이사라진내자산을되돌려받기위해은행으
로바로달려가긴급조치를취하고해결하느라한동안입과귀가
혼쭐났었다.
연수생활의보람과가치
첫번째, 연수생활의궁극적인목적은연구에대한개인적인욕심
도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한편으로는 애들이 영어라는 언어를 토
대로다양한문화를접할수있는기회를가져보고자하는데그가
치가있다고 하겠다. 미국정착후 3개월이라는시간이흘러갈때
쯤애들이영어로잠꼬대를하는모습을보고연수오신분들의얘
기가 정말 사실이구나에 동감하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
다. 빠른시간내에영어권문화에동화되어영어로생각하고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레 의사 소통을 하며 친구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
는모습을보고소기의목적은달성했다는뿌듯한마음이들었다.
두번째, 처음미국땅을밟을때부터나에게주어진시간이1년뿐
이라는생각을갖고들어왔기에 1년을 1년반의시간처럼여겨실
험실연구회의가없는주말에는텍사스주의구석구석을돌아보고
자목적지를정하여무작정떠났다. 점점여행에대한노하우가쌓
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자연과 국립공원 그리고 꼭 가봐야
하는 유명한 도시와 유원지 등을 둘러봐야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
겨 애들도 각자 자기의 짐꾸러미를 끌고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광
활한미대륙을탐방하면서평생잊지못할추억의한페이지를그
릴수있었다.
세번째, 한국에서같은직종에몸담고있으면서도전혀안면이없
었던가족들이었지만비슷한목적을갖고생활하기에남다른교감
을형성할수있었다. 일명 “목장모임”. 한국에서는전혀상상할수
없는성격의가족모임이지만자연스레이루어져엄마들은살아가
는정보를교환하며수다의장이되고, 애들은나이별로고루고루
섞여있어놀면서사회성을키울수있어서좋고, 아빠들은미국사
회에서는만끽할수없는한국식음주문화를즐겨서좋고. 정말이
모임이없었다면미국생활의단조로움과외로움을어떻게극복할
수있었을까생각만해도끔찍한것같다.
네번째, 실험실에서의나의연수생활이끝나는마지막날, 모든연
구원들과스텝이모인송별피자파티에서보스인Dr. Dickey가손
수귀국선물을챙겨주면서, 필자가이실험실에와서이루어놓은
성과가 앞으로의 점액분비 단백질 연구에 큰 밑거름이 될 거라며
높이평가해주었고, 실험실책임자인 PhD. Tuvim은과거20여년
동안이실험실을거쳐간사람들중몇안되는“Best Persons”중의
한사람이라고인정해주는말에지난 1년간마우스와살다시피하
며지냈던시간이결코헛되지않았음을비로소통감할수있었다.
연수 생활을 정리하며
1년이라는시간동안갑자기다른세상으로빨려들어갔다가다시
원래의세상으로나온것 같은 기분 속에 귀국 후 처음 한 달은주
변의모든것이현실이아닌것같은착각속에사로잡혔다. 아직도
운전대를 잡으면 가끔 휴스턴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한 묘
한기분에빠져있는내자신을발견하곤한다. 무엇보다도해외연
수라는것은 “내스스로의계획하에경험할수있는최고의가치이
며, 다른어떤경험과도바꿀수없는소중한시간”이었다고자부한
다. 마지막으로필자의연수생활에있어많은경험과조언을아낌
없이 전수해주고 가르쳐준 이재천 선생님과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마음을담아이글을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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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2012.07 vol.46